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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말로 상상의 나래_일본어

<이웃집 토토로> ‘사츠키’의 유래는?

by naraola 2024.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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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본에 머물 때
일본 친구들이 알려준 말 중에 무척 흥미로운 게 있었습니다.
바로 각 달(月)의 일본어 이름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각 음력 달을 부르는 이름인데요.
발음이나 울림이 예스러워서인지 외국인인 제 귀에는 상당히 이국적으로 들렸죠.
두고두고 보려고 수첩에 꼼꼼히 적어두기도 했답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 역시 각 달의 한자 이름을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일은 드물어요.
하지만 가끔 책이나 영화나 노래 가사에서 접할 때가 있어요.
가령 영화 <이웃집 토토로>의 주인공 이름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이 영화에는 ‘사츠키(さつき)’라는 소녀가 나옵니다.
사라진 동생을 씩씩하게 찾아다니는 바로 그 아이인데요.
이때 ‘사츠키’는 음력 5월을 뜻하는 말입니다.
일본어에는 워낙 발음만 같고 뜻이 다른 단어가 많으니 장담할 수는 없지만
동생의 이름 ‘메이(メイ)’가 영어로 5월을 뜻하는 May와 같다는 사실을 떠올려 봤을 때
아마도 소녀의 이름은 음력 5월에서 유래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사츠키와 메이

 
예전에 수첩에 꾹꾹 눌러 적었던 각 달의 이름들을
오늘은 ‘일본국회도서관’의 뜻풀이와 함께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이번 포스팅을 준비하면서 알았는데
우리에게도 한자로 된 음력 달의 이름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생소한 단어이지만 국어사전에는 등재되어 있으니
참고 삼아 함께 정리해 보았습니다.
(국어사전에 등재된 음력 달의 이름은 여럿이지만 각각 2개씩만 추려 적어 보았습니다.)
(일본어 발음은 국립국어원 외래어 표기법보다는 실제 발음에 가깝게 표기했습니다.)
 

▼음력 1월(국어사전: 목월(睦月), 맹춘(孟春))

무츠키(むつき, 睦月)
정월에 친척들이 모여 화목하게 시간을 보내는 달.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화목할 목(睦)’자를 씁니다.
‘화목한 달’이네요.
 

▼음력 2월(국어사전: 여월(如月), 연등(燃燈)달)

키사라기(きさらぎ, 如月)
如月 말고 ‘衣更着’라고도 쓴다고 합니다.
저는 오히려 이 표기가 발음이나 뜻을 이해하기에 더 직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아 옷(衣)을 더(更) 껴입는(着) 달’이라는 뜻이기 때문이지요.
 

▼음력 3월(국어사전: 가월(嘉月), 희월(喜月))

야요이(やよい, 弥生)
초목이 우거지는 달.
일본 선사 시대를 구분하는 말 중 ‘야요이 시대’가 있는데 같은 한자를 씁니다.
추측입니다만 이때의 ‘야요이’ 역시 신록이 돋아나는 3월처럼 문명이 태동하는 시대라는 뜻 아닐까요?
 

▼음력 4월(국어사전: 여월(余月), 핍월(乏月))

우즈키(うづき, 卯月)
병꽃나무(卯) 꽃이 피는 달.
병꽃나무라니 무척 생소한데 아래 그림과 같이 하얀 꽃을 피우는 나무라고 합니다.

병꽃나무의 꽃

 
국어사전에 등재된 ‘핍월’이라는 말은
‘겨울 곡식은 떨어지고 여름 곡식은 익지 않아 궁핍한 달’이라는 뜻입니다.
 

▼음력 5월(국어사전: 고월(皐月), 우월(雨月))

사츠키(さつき, 皐月)
모 심는 시기를 사나에츠키(早苗月)라고 불렀는데
이 말이 줄어 ‘사츠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덧붙여 5월의 맑은 날씨를 일컬어 ‘사츠키바레(さつきばれ)’라고 합니다.
 

▼음력 6월(국어사전: 차월(且月), 계하(季夏))

미나즈키(まなづき, 水無月)
미나츠키(まなつき)라고도 하며 논에 물을 대는 달이라는 뜻입니다.
처음이 단어를 봤을 때 음력 6월(대략 장마철)이면 온통 물이 넘쳐날 때인데
왜 물(水)이 없는(無) 달(月)이라고 쓸까 궁금했는데
사실 이때 無는 발음상 끼워 넣은 글자일 뿐‘없다’는 뜻은 없습니다.
 

▼음력 7월(국어사전: 난월(蘭月), 하반(夏半))

후미즈키(ふみづき, 文月)
후즈키(ふづき)라고도 합니다.
벼가 영글어 가는 달이라는 뜻의 ‘호후미즈키(穂含月, ほふみづき)’의 준말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음력 8월(국어사전: 엽월(葉月), 계추(桂秋))

하즈키(はづき, 葉月)
나무의 잎이 떨어지는 달이라는 뜻으로 하츠키(ふつき)라고도 부릅니다.
대략 추석 전후이니까 잘 맞아떨어지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음력 9월(국어사전: 국월(菊月), 계추(季秋))

나가즈키(ながつき, 長月)
밤이 길어지는 달이라는 의미에서 ‘길 장(長)’을 썼습니다.
국어사전에 등재된 ‘계추’는 음력 8월을 뜻하기도 하고 9월을 뜻하기도 합니다.
다만 한자는 다른데 8월은 계수나무 꽃이 피는 달이라는 뜻에서 계수나무 계 자를 썼고
9월은 계절을 뜻하는 계절 계 자를 썼습니다.
 

▼음력 10월(국어사전: 양월(陽月), 양월(良月))

칸나즈키(かんなづき, 神無月)
개인적으로 일본의 문화를 한 단어에 함축하고 있는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원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음력 10월에는 전국 각지의 신이 시마네현의 이즈모타이샤 신사에 모이기 때문에
자리를 비운다는 뜻에서 신(神)이 없는(無) 달(月)이라고 부른다는 이야기가 설득력 있어 보이네요.
신들이 모이는 이즈모 신사가 있는 지역에서는 음력 10월을 ‘가미아리즈키(かみありづき, 神在月)’
다시 말해 신(神)이 있는(在) 달(月)이라고 부른다는 점도 흥미롭네요.
 

▼음력 11월(국어사전: 상월(霜月), 중동(仲冬))

시모츠키(しもつき, 霜月)
말 그대로 서리(しも, 霜)가 내리는 달이라는 뜻입니다.
 

▼음력 12월(국어사전: 제월(除月), 가평월(嘉平月))

시와스(しわす, 師走)
한자를 보면 師가 走한다는 뜻인데요.
여기서 師는 신사나 절의 신관을 뜻합니다.
연말연시가 되면 기도하는 사람들로 신사든 절이든 붐비는데
그들을 맞이하느라 신관이 여기저기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달 이름에 담았다고 합니다.
 
 
오랜만에 다시 공부했는데 다시 봐도
이국적이고 예쁜 단어들인 것 같습니다.
 
 

[참고 자료]

1. 일본국회도서관 링크
https://www.ndl.go.jp/koyomi/chapter3/s8.html

和風月名(わふうげつめい) | 日本の暦

www.ndl.go.jp

2. 추가 설명 참고 ‘Smart Studio’ 웹페이지
https://www.smartstudio.jp/column/blog/jname

日本での12ヶ月名称、和風月名とは?花暦などの旧暦を調べてみよう|ブログ|コラム|20分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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