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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말로 상상의 나래_일본어

제작(製作)과 작제(作製), 뭐가 다를까? 일본어 단어 어감 차이를 이해하는 법

by naraola 2022.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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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을 작성하며 참고한 내용과 사진 출처는 하단에 표기, 링크했습니다)

흔히 박물관에서는 여러 나라 언어로 적힌 팸플릿을 비치해서 그 박물관의 취지와 대표 소장품 등을 안내하고 있다. 나는 우연히 어느 박물관의 일본어 팸플릿을 훑어보다가 생각지도 못한 단어를 발견했다.

物博館


그러니까 한글로 읽어보면 ‘물박관’이 된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박물관은 ‘박물관(博物館)’이라고 쓰는데…? 혹시나 해서 물박관으로 일본어 사전을 찾아보았다. 다행히도(?) 물박관은 없는 말이었다. 아무래도 편집 과정에서 생긴 오타인 모양이다. 이런 부류의 오타는 발견하기 힘들지. 잘은 모르지만 ‘안녕세하요’도 그냥 ‘안녕하세요’로 읽어버리는 우리 뇌의 특성 때문이라는 것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얼마 전 한국어를 일본어로 기계 번역한 문장을 검수하는 작업(MTPE)을 한 일이 있다. 주로 일본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이 지금껏 내가 주로 해 왔던 일이긴 하지만 소중한 고객님께서 믿고 맡겨 주셨으니 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그리하여, 기계가 번역해준 문장을 읽기 시작하는데 거기에서 이런 단어를 봤다.

作製


많은 글을 봐 왔지만(물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 단어는 낯설다. 익숙한 듯 낯설다. 한국어로 ‘제작’이자 일본에서도 같은 한자로 ‘製作’라고 쓰는 단어에서 글자 순서만 바꿔놨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순간 ‘오타인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도 그럴 것이 소문으로만 듣던 기계 번역을 이번에 처음 접하고 느낀 점이, 기계 번역이 유리할 것 같은 단순 번역에서 의외로 오류가 많다는 사실이었다.

예를 들면 평어체를 경어체로 번역하는 문제 따위이다. 일본어와 한국어는 종결 어미를 통해 경어와 평어를 구분할 때 문장 구조가 비슷하니까 인공지능이라면 쉽게 인지하고 번역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한국어 원문이 ‘-입니다’라고 끝나면 ‘-です’라고 바꾸고, ‘-이다’라고 끝나면 ‘-である’로 바꾸는 단순한 작업이므로 오류를 일으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경어체 종결 어미 오류가 드물지 않게 발견됐다. 그러고 보면 한국어 문서 한 뭉텅이를 어디 번역기에 후루룩 돌렸을 때 평어체와 경어체가 뒤섞여 있는 결과를 받아보는 일은 흔했다. 그러니 이렇게 알 수 없는 기계 번역기의 오류가 ‘製作’를 ‘作製’로 쓰는 오타를 만들었나 싶었다.

그러나 作製는 엄연히 존재하는 단어이다. さくせい라고 읽는다. 만든다는 뜻을 지닌 두 한자의 조합이기 때문에 ‘무언가를 만듦’을 의미하겠다는 추측을 할 수 있다. 두 한자의 위치만 다른 製作 역시 ‘무언가를 만듦’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과연 두 단어는 같은 뜻일까?

이럴 땐 사전이 필요하다. 그러나 종종 실망한다. 왜냐하면 사전에 따르면 作製는 ‘제작, 만듦’이라는 의미이고
https://ja.dict.naver.com/#/entry/jako/7e0817d8fa484960b0c19db02895f7d6

 

네이버 일본어사전

JLPT 등급별 단어,발음듣기,일본어 필기인식기,히라가나/가타카나 문자판 입력기,단어장 제공.

ja.dict.naver.com


製作도 ‘제작’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https://ja.dict.naver.com/#/entry/jako/c97ea53f60e6416795b79482796585cf

 

네이버 일본어사전

JLPT 등급별 단어,발음듣기,일본어 필기인식기,히라가나/가타카나 문자판 입력기,단어장 제공.

ja.dict.naver.com


예문을 봐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 이런 미묘한 어감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실제 언어 사용자들이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래서 현지 인터넷 사이트, 블로그 포스팅 등을 통해 조사한 내용을 아래에 정리해 보았다.

야후재팬에서 제작(製作)과 작제(作製)를 검색한 결과. 사실은 일본인들에게도 헷갈리는 문제인 듯하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만드는가'


作製와 製作는 ‘무엇을 만드는가’에 따라 쓰임이 달라진다고 한다. 製作도구나 기계 등을 이용해서 실용적인 어떤 물건을 만들 때 사용하는 단어이다. 덧붙여 영화나 연극 등의 예술 작품을 기획(프로듀싱)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한편 作製물건, 기계를 만들거나 도면을 그릴 때 사용하는 단어이다. 이처럼 예술 작품의 제작’, ‘도면을 그린다’라는 상황이 추가되어 있기는 하지만 기본이 되는 ‘만든다’는 뜻을 갖는다는 점에서 실제로 이 두 단어가 거의 비슷하다.

다른 사이트의 설명에서도 두 단어는 거의 비슷한 의미를 지니지만 作製‘구체적으로 물건을 만드는 행동’의 뉘앙스가 있어 ‘손으로 직접 만드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고 한다. 그리고 예시로 들고 있는 것이, ‘책을 만드는 일에 관여하다’는 의미로는 製作를 쓰고, 作製를 쓰게 되면 직접 책을 만드는 인쇄, 제본 등의 작업을 한다는 뉘앙스가 강하다. 비행기를 만든다고 할 때는 製作도 作製 모두 사용할 수 있지만 製作한다고 하면 공업적이고 산업적으로 생산한다는 의미가 강한 한편 作製는 비행기를 직접 만드는 공정에 가까운 단어로, 모형 비행기를 만든다고 할 때 잘 어울리는 어휘다.

각 단어가 사용된 예시를 뉴스 기사 제목으로 보면, “항공기 부품 업체 아쓰타기업, 일본 술용 술잔 등의 製作로 새로운 사업 분야 개척”이라는 기사에서는 공장을 돌려서 제품을 생산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다음으로, “마이크로 로봇을 ‘흘려보내기’만 해도 신속하게 (스스로) 作製”할 수 있다는 인공 근육에 대한 기사가 있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서 스스로 만들어 사용한다는 어감으로 쓰인 예이다.

결론


그러나 예로 들지 않은 수많은 기사에서 製作와 作製가 위의 설명처럼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은 채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영화를 프로듀싱하는 작업을 두어 作製라고 하지는 않으며 도면을 그리는 작업을 말할 때 製作라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참고자료


참고사이트1.
https://www.goodcross.com/words/22070-2020

 

「制作」「製作」「作成」「作製」「製造」の使い分け

 

www.goodcross.com

참고사이트2.
https://kotokurabe.com/seisaku-sakusei/

 

【せいさく・さくせい】制作と製作と作成と作製の 違いって? | ことくらべ

言葉の意味 製作 道具や器具・機械を作ることで、中でも消耗品や大量生産の製品をなどの実用的なものを作ることを意

kotokurabe.com

뉴스1. 항공기 부품 업체 아쓰타기업, 일본 술용 술잔 등의 製作로 새로운 사업 분야 개척
https://news.yahoo.co.jp/articles/5ea0f359c00a35708ffa411f875ea191f3a51e59

 

航空機部品の熱田起業 酒器製作で新分野開拓 11月にCF予定 海外販売も視野(中部経済新

 航空機部品製造の熱田起業(本社名古屋市中川区福船町4の1の1、中嶋正行社長、電話052・355・8038)は、デザイナーとコラボレーションして酒器の製作を進めている。素

news.yahoo.co.jp

뉴스2. 마이크로 로봇을 ‘흘려보내기”만 해도 신속하게 (스스로) 作製
https://resou.osaka-u.ac.jp/ja/research/2022/20220825_3

 

マイクロロボットを“流れ”作業で迅速に作製

大阪大学大学院工学研究科の森島圭祐教授、王穎哲特任研究員(常勤)は、 北陸先端科学技術大学院大学・先端科学技術研究科の平塚祐一准教授、岐阜大学・工学部の新田高洋教授との共同

resou.osaka-u.ac.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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