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술도 잔 종류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술잔 さかずき에 관한 탐구

(이 포스팅을 작성하며 참고한 내용과 사진 출처는 하단에 표기, 링크했습니다)

A는 B가 내민 さかずき를(을) 받아 단숨에 들이켠 뒤 졸개들이 마련한......

さかずき(발음을 한글로 표기해보자면 ‘사카즈키’)를 일본어 사전에 치면 ‘술잔’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번역이야 여기서는 어쨌든 술을 한 잔 꿀꺽하고 단숨에 마셨다는 사실이 중요하니 ‘...술잔을 받아...’라고 하면 충분하겠지만 문득 궁금해졌다. 여기서 말하는 술잔은 어떤 술잔일까? 투명 찬란한 유리 겉면에 초록색 상표를 새긴 산뜻한 소주잔은 물론 아닐 테고, さかずき라는 단어가 왠지 무척 일본스럽게 느껴지므로 맥주잔도 아닐 것 같고. 혹시 예전에 NHK 대하드라마에서 한번 본 적 있던 그 술잔일까?

사극에서 본 さかずき

 

아니면 일본식 선술집에서 일본 술을 시키면 “잔은 어떤 걸로 하시겠어요?” 하고 보여주는 이런 잔들?

잔은 어떤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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盃? 杯?

우선 さかずき는 한자로 盃로 쓰기도 하고, 杯로 쓰기도 한다. 둘 다 한국에서는 ‘잔 배’로 뜻과 소리가 같다. 뜻과 소리가 같더라도 글자 모양이 다르니 그 쓰임이 다르리라 예상할 수 있는데, 일본어에서도 용례가 다르다. ‘술을 마시는 용기’로서의 의미일 때는 盃를 주로 사용한다. 그렇다면 杯는? 이 글자는 ‘우승의 상징으로 주어지는 상징물’, 그러니까 트로피, 우승컵을 의미할 때 많이 쓰인다. 예를 들어 ‘‘대통령 배 전국 고교 야구’ 할 때는 杯를 사용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일본을 상징하는 무도인 검도와 유도의 트로피 모양을 보면 사극에 나오는 저 さかずき를 닮았다는 점이다. (이 트로피는 天皇杯이라 부른다. 다른 나라 시선을 의식해 대회 이름은 '전일본대회'로 바꾸었지만 우승컵의 이름은 여전히 바꾸지 않는 아집을 엿볼 수 있다.)

2021년 전일본검도선수권대회 우승자, 호시노 선수

 

 

이제 내가 궁금해하고 있는 さかずき는 盃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럼 과연 이 盃는 어떻게 생긴 술잔일까?

일본 술을 마실 때 사용하는 술잔의 통칭

盃는 일본 술을 마실 때 사용하는 술잔을 통틀어서 부르는 말이다. 크게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그중 두 종류는 앞서 내가 떠올렸던 잔들이다. 첫 번째, 사극에서 본 술잔은 平盃(ひらさかづき, 발음의 한글 표기는 ‘히라사카즈키’)라고 부른다. 앞에 평평할 평(平)자가 붙어 매우 직관적인 이름처럼, 잔의 깊이에 비해 너비가 훨씬 넓고 입구가 위를 향해 벌어져 있다. 향을 잡아두기 위해 잔의 가운데 부분이 볼록하고 상대적으로 입구가 좁은 와인 잔과는 정반대의 모양이다. 이 때문에 술의 향을 오래 보존하지는 못하지만 입 전체로 술맛을 즐길 수 있다고. 재질과 크기는 다양한데 특히 크기가 작은 것은 盞라고 쓰기도(발음은 여전히 さかづき) 한다. 아래 그림처럼 크기별로 세 개의 잔과 잔 받침까지 더해서 한 세트로 된 것이 흔하다.

일본 술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평범하게 술잔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보시다시피 무척이나 전통적인 외양인 만큼 일본식 혼례나 신사의 예식 등에서 주로 사용된다.

세 개의 잔과 잔 받침 세트

 

두 번째는 おちょこ(최대한 발음에 가깝게 쓰면 ‘오쵸코’), 한자로 쓰면 お猪口이다. 앞서 말한 일본식 선술집에서 고르는 술잔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실제로 일본에서도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술잔으로, 술을 한 번에 입안에 털어 넣을 수 있도록 한 손안에 쏙 들어오는 크기다. 도기, 자기, 칠기, 유리, 금속 등 다양한 재질로 만들어지는데 어떤 재질이어야 한다고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재질이든 おちょこ라고 부를 수 있다. 다만 재질 별로 술맛이 달라진다고 하니 호불호는 갈리겠으나 나처럼 무신경한 미각을 가진 사람에게는 마치 평양냉면의 진정한 맛을 운운하는 소리처럼 공허하게 들리겠다.

 

가끔 순백색 술잔 바닥에 파란색 원이 그려진 디자인을 보기도 하는데 이런 잔은 시음용으로 만들어진 잔으로, 파란색 원은 술의 투명도를 확인하는 용도라고 한다. 물론 이것도 프로들의 세계에서나 통하는 말이겠지만.

 

한자 표기를 뜻으로 해석하면 ‘돼지 입’이라서 재미있는 어원이 있으려니 기대했지만 おちょこ를 한자로 표기하고자 음을 빌려왔을 뿐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영어 club을 한자로 표기하려고 俱樂部(구락부)로 쓴 원리와 같다.

 

시음용 おちょこ

 

마지막으로 ぐい呑み(발음은 ‘구이노미’에 가깝다). 이 이름 역시 직관적인데, ‘꿀꺽’ 그러니까 일본어로는 ‘ぐいっと’ 하고 마시는 술잔이라는 의미이다. 얼핏 보아서는 おちょこ와 모양이나 재질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 ‘어떻게 구별하나요?’ 같은 질문이 인터넷에 있기도 하다. 가장 큰 차이는 크기라고. 이름에서부터 술을 꿀꺽꿀꺽 신나게 취하고 싶을 때 내는 잔이라는 느낌이 확 든다.

'꿀꺽' 하고 마시는 ぐい呑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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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조사한 내용을 요약해보면, さかずき에는 넓적한 술잔인 平盃, 한 손에 쏙 들어오는 おちょこ, 꿀꺽꿀꺽 마시는 ぐい呑み가 있다.

 

그럼 처음 제시했던 문장,

 

A는 B가 내민 さかずき를(을) 받아 단숨에 들이켠 뒤 졸개들이 마련한......

에서 さかずき는 무엇이라고 이해하면 좋을까? 이 문장에 등장하는 B라는 인물의 직업은 건달이다. 그리고 A는 건달까지는 아니지만 특별히 하는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는 무기력한 청년이다. 이런 배경 지식이 없더라도 문장 뒷부분에 나오는 '졸개'라는 단어에서 느낄 수 있는 술꾼들의 기운.

그렇다. 이 장면에서 이 사람들은 ぐい呑み를 손에 쥐고 술을 꿀꺽꿀꺽 마셨을 것이다.
ぐい呑み에 부어라, 마셔라 하는 건달과 그 졸개들을 머릿속에 그려보자니 어쩐지 어디선가 술 냄새가 풀풀 나는 듯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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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및 내용 출처

('사극에서 본 さかずき' 그림 출처는 아래 사이트)
https://item.rakuten.co.jp/sumitaya/10005176/

【楽天市場】祭小物 >大盃：祭すみたや

 

('잔은 어떤 걸로?' 그림 출처는 아래 사이트)
https://www.kersen.jp/SHOP/15510/167817/list.html

お猪口(おちょこ)-ポーリッシュ・ポタリー（ポーランド食器）

('2021년 전일본검도선수권대회 우승자, 호시노 선수' 그림 출처는 아래 사이트)
https://www.jiji.com/jc/article?k=2021110300719&g=spo

星子が初優勝　全日本剣道：時事ドットコム

('세 개의 잔과 잔 받침 세트' 그림 출처는 아래 사이트)

https://www.yamada-heiando.jp/fs/heiando/c/0000000184

【三ツ組盃　金帯と関連アイテム】

 

('시음용 おちょこ' 그림 출처는 아래 사이트)
https://www.e-mutouya.jp/SHOP/goods1.html

「蛇の目 お猪口（おちょこ） 大・中・小」の通販【宮城松島 むとう屋】

(''꿀꺽'하고 마시는ぐい呑み' 그림 출처는 아래 사이트)

https://store.shopping.yahoo.co.jp/t-east/or-006.html?sc_e=syia_algisr_tl

酒器　ぐい呑 和食器 酒器 ぐい呑み ぐい飲み ぐいのみ お猪口 おちょこ 盃 業務用 日本酒 食器

 

(내용 작성하며 참고한 사이트들)
https://gogen-yurai.jp/ochoko/

お猪口／おちょこ - 語源由来辞典

https://syulip.com/blogs/magazine/sakazuki1

「さかづき？さかずき？」「盃？杯？」読み方と意味の解説！日本酒を楽しむ豆知識

https://magazine.asahi-shuzo.co.jp/know/48

おちょことは？素材ごとの特徴や味わいの違いも紹介

https://ja.wikipedia.org/wiki/%E7%9B%83

盃 - Wikipedia

https://ja.wikipedia.org/wiki/%E7%9B%83

盃 -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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