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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 읽고 싶고 글도 써야겠고16

《무진기행》의미 없는 삶에 의미의 조명을 비춰보는 일 교과서에서 배운 단편 소설 중에서 졸업하고도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이 아닐까. 교과서에 실리는 소설이라는 것이 그렇다. tv 연속극처럼 to be continued 도 아니면서 뒷부분을 댕강 잘라버리거나 앞뒤 내용 무시하고 누가 골랐는지 알 수 없는 중간 부분만 툭 떼어 놓거나. 그래서 그 작품은 읽은 것도 아니고 안 읽은 것도 아닌 상태로 단편적인 이미지만을 학생들의 머리에 남긴다. 이런 불평할 거면 스스로 책을 사든 도서관을 가든 작품 전체를 읽어봤어야 했으나 그런 열정까지는 또 없었던 나도 나지만. 교과서에 실린 이 내 머릿속에 남긴 것은 ‘무진’이 가공의 도시 이름이라는 사실과 작품 속 그 무진시의 안개가 월출산을 닮았다는 이미지와 수위 높은 성 묘사, 그 정도였다. 이 중에 .. 2022. 7. 11.
《김약국의 딸들》책 속에 펼쳐지는 평행 우주 《달려라 메로스》를 읽고 나서 우리 문학 교과서에 실렸던 소설을 하나씩 떠올려보았다. 제목이건 작품의 분위기이건 한두 마디 문장이건 어렴풋이 떠오르기는 하지만 알고 있다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그 소설들을 읽어보려, 자세를 고쳐 잡았다. 첫 작품이 《김약국의 딸들》이다. 《김약국의 딸들》은 시대적으로는 구한말 흥선대원군의 집권 시절부터 일제 점령이 극심했던 시기까지를 배경으로 삼는다. 이처럼 역사적으로는 극도로 혼란하지만 그럼에도 그 속에서 사람들은 잡초처럼 강인하게 살아내었음을 보여주는 소설들을 나는 사랑한다. 그리고 혼란을 틈타 본모습을 훤히 드러내는 인간의 열 길 속내가 때로는 흉측하고 또 때로는 위대하여 감동하기를 좋아한다. 따라서 이 작품 《김약국의 딸들》은 내가 다시 .. 2022. 6. 25.
《차녀 힙합》그의 손에 쥐어지는 합격목걸이 나는 장녀인가 차녀인가. 이 책 제목을 본 엄마가 너는 장녀가 아니냐고 물었다. 우리 집은 1남1녀 집안이고 나는 1녀이자 여동생이자 막내의 역할을 맡고 있다. “1남1녀 중 장녀라고 하면 듣는 사람은 내가 누나고 남동생이 있는 거로 오해할 테니 나는 차녀가 아닐까?” 하니 엄마도 “아, 그런가.” 하신다. 이 책에서도 오빠를 둔 여동생도 끼워주기 때문에 차녀겠거니 한다. 하지만 엄마가 고개를 갸웃한 것도 그럴법한 게 우리 남매 둘로 보면 차녀지만 장남인 아빠와 장녀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기에 같은 항렬에서 제일 빨리 태어난 여자아이 즉, 장녀였다. 실제로 나의 신상 정보를 잘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오빠가 있는 막내라는 말을 하면 “어머, 장녀인 줄 알았는데?”라고 놀라는 사람이 열에 아.. 2022. 6. 19.
《달려라 메로스》일본의 교과서에 실린 소설이 궁금하다면 지금 되돌아보면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서 읽었던 문학 작품들은 하나 같이 명작이었다. 그래서일까. 시험을 앞두고 밑줄까지 그어가며 몇 번이고 읽었으면서도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조금 안타깝다. 그런데도 희한하게 꼭 어떤 한두 문장은 지우려야 지울 수 없을 만큼 뇌리에 박혀 있다. 이를테면 “왜 설렁탕을 사 왔는데 먹지를 못하니(현진건, )”,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구지가)” 같은 것들. 이 문장들은 수업 시간이 끝난 직후부터 끊임없이 친구들 사이에서 리메이크되며 우리 나름의 ‘밈’이 되고, 같은 교과서로 배운 덕분에 같은 교육 과정을 거친 동년배끼리의 공감대가 된다. 그렇다면 일본에도 이런 작품이 있지 않을까? 세대를 불문하고 패러디되고 또 패러디되어 누구나 ‘착’ 하면 ‘척’ 하고 .. 2022. 6. 12.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우리 엄마가 나보다 잘하는 게임? 처음 이 책에 끌렸던 것은 순전히 제목 때문이었다. 우리 엄마가 나보다 잘하는 게임? 그러고 나서 책 표지를 봤는데 옛날 게임의 전형 같은 2D 평면 배경에 픽셀 그래픽이 둥둥 떠 있었다. 그래, 이 책이구나! 도서관에 간 김에 찾아보았다. 2021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들을 단행본으로 묶은 책에는 실려 있었지만 예의 표지로 된 책은 찾을 수가 없었다. 분명 내용은 같겠지만 아무래도 그 책을 읽고 싶어, 다른 책만 손에 들고 나왔다. 이게 지난 3월의 일이다.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의 지은이가 박서련 소설가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건 그로부터 두어 달이 지난 후, 그러니까 며칠 전 러닝을 하면서였다. 러닝 할 때(만) 즐겨 듣는 팟캐스트 “책읽아웃”에 박서련 소설가가 출연한 것이다. 소.. 2022.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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