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반월당역 부근에는 ‘봉산문화거리’가 있습니다.
‘의도는 알겠는데 왠지 별것 없을 듯한’ 이름이지만

사실 꼼꼼히 살펴보면 볼 것도, 할 것도, 먹을 것도 많은 곳이에요.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찾고 있어요
이 길에는 ‘봉산문화회관’이 있습니다.

아마 거리의 이름도 여기에서 왔겠죠.
며칠 전부터 봉산문화회관에서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었어요.
바로 <후천개벽: 아나와 칼>. 김용익 작가의 전시입니다.
(2024년 4월 21일까지)
그래서 잠깐 들러 봤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니멀리즘의 선구자로 알려진 조각가 칼 안드레와
공연 예술가이자 칼 안드레의 아내였던 아나 멘디에타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전시에서 받았던 첫인상은 팸플릿에 잘 적혀 있습니다.
“시각을 사로잡는 작품을 기대하고 방문하는 관람객은
조금은 허전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은 단 한 점

뿐이거든요.
하지만
실망하기는 이릅니다.
이 작품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거든요.
우선 ‘개념미술’ 작품이라는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념미술이란
시각만으로는 감상 혹은 이해가 쉽지 않고
말과 글을 통한 설명이나 사전 정보가 필요한 미술
(출처: <후천개벽: 아나와 칼> 팸플릿)
을 뜻합니다.
따라서 이 작품의 주요 재료인 벽돌은 칼 안드레의 작품에도 심심찮게 사용되었고
벽돌과 함께 사용된 피(소의 피) 역시
아나 멘티에타가 자신의 첫 퍼포먼스에서 사용했던 재료였으며
칼 안드레가 아나 멘티에타의 죽음과 관련해 법정에 선 일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이 작품에 대한 인상이 조금 바뀔 수도 있습니다.
이런 내용을 모르고 작품을 보더라도 충분히 흥미진진합니다.
작품을 둘러싼 벽에는 어떻게 이 작품이 시작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이곳에 있으며
전시가 끝난 뒤에는 어떻게 되는지까지도
스케치, 메모, 큐레이터와의 메일 등을 통해 설명하고 있거든요.

작가가 담으려 했던 이야기야 어느 전시회에서나 볼 수 있지만
작품의 탄생부터 소멸까지의 이야기도 담겨 있어서
무척 새로웠습니다.
작품이 딱 하나 있어도 허전하다는 생각이 안 들더군요.
그냥 걸어가다 슥 보고 나올 수 있을 만큼
재미있는 전시가 주변에 많아서 참 좋네요.
[요약]
1. 봉산문화거리는 진짜 문화 거리가 맞다.
2. 봉산문화회관에서는 <후천개벽>이라는 전시가 진행 중이다.
3. 첫인상이 전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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